'한국 최고 오지'도 세 시간이면... 청송 여행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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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6일】

청송의 대표적인 여행지 주산지의 모습,

코로나19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고 나니 여행을 갈 곳이 눈에 띈다. 당장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바다가 보이고,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해외여행을 떠났겠지만 지금은 국내밖에 갈 곳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국내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떨까. 자연과 가장 가까운 오지 지역, 청송군으로 말이다. 동네 어디서든 밤이 찾아오면 불빛이 적어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교통이 편하다. 2016년 상주영덕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도, 대전에서도, 부산에서도 편하게 청송으로 찾아올 수 있다. 두 달 넘게 도시 속에서 마스크를 쓰느라 지쳤다면, 차 안에서라도 창문을 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청송으로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눈 앞이 맑은 물빛처럼 청량하고, 아삭한 사과처럼 마음 속이 시원해지는 청송 여행을 소개한다.

영화 속에서 보던 풍경이 눈 앞으로[편집]

대전사의 보광전 뒤로 주왕산의 기암이 보인다.

서울에서 3시간 30분, 부산에서 3시간이면 청송에 도착한다. 이전에야 퍽 오가기 힘들었다지만, 지금은 상주에서 청송을 거쳐 영덕까지 향하는 고속도로가 열려 가기에 편하다. 청송 읍내를 거쳐 바로 주왕산 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한쪽으로는 벼, 반대쪽에는 사과가 심어진 길을 죽 달리게 된다.

주왕산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주산지를 들르자. 1720년대 완공되어 300년째 주민들에게 소중한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는 저수지인데, 한 영화에 나오며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으로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탔다. 주산지의 물은 가뭄이 심해도 물이 마르지 않아 사과 농가에는 달콤한 사과를 만드는 일등 공신이 된단다.

주산지는 사계절이 모두 다른 풍경을 띤다. 그 중에서도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풍경과 단풍철의 풍경을 최고로 친다. 물론 연두빛 잎이 왕버들 위로 싱싱하게 올라온 초여름의 풍경도 그에 못지 않다. 구름이 적당히 낀 맑은 날 수면 위에 거울처럼 오른 주산지의 풍경은 여행 뒤에도 오랫동안 남아있을 풍경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주산지를 돌아봤다면 주왕산은 정상에 오르는 대신 산 아랫쪽을 산책하자. 등산장비 없이도 길어야 두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데다 휠체어, 유모차도 오갈 수 있는 무장애 산책로가 있다. 주왕산을 상징하는 기암 아래 안겨있는 청송 대전사 보광전에서 출발해, 주방계곡과 시루봉을 지나 용추폭포까지 2.4km 거리를 걸으면 된다.

산책로에서는 여러 기암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마치 돌의 병풍같아 따로 이름이 지어진 '석병산'이 이해가 갈 정도이다.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와도 같은 이 곳에는 떡시루를 닮은 시루봉과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는 학소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용추협곡을 차례로 지나게 된다.

주왕산 무장애 산책로의 하이라이트는 폭포와 계곡이다. 먼 옛날 주왕이 신라의 군사를 막기 위해 쌓았다는 자하성 가까이에는 주방계곡이 있어 탐방객들의 땀을 식히고, 산책로 종점에는 3개의 단으로 이루어진 용추폭포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소리가 1시간 가까이 걸어 쌓인 피로를 싹 날려보낸다.

다만 산책을 할 때 꼭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마스크다. 차 안에서야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주산지와 주왕산의 산책로를 다닐 때에는 마스크를 꼭 쓰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만 잠깐 벗자. 좋은 공기는 차 안에서 즐기되,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세종이 왕후 위해 지은 곳, 들러보세요[편집]

청송의 보물 찬경루

주왕산을 둘러본 다음에는 다시 차에 올라 청송 읍내 방향으로 향하자. 돌아오는 길에 주왕산 관광지에 들르면 둘러보기 참 좋은 전시관 두 곳이 있다. 돌 안에서 꽃이 피어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수석꽃돌박물관, 다른 한 곳은 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납치되었던 도예가의 한이 서린 심수관도예전시관이 그 곳이다.

수석꽃돌박물관에 들어서면 금강산을 닮은 수석부터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생생한 꽃돌까지, 모양이 아름다운 돌이 가득해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청강 남정락 선생이 평생 모은 꽃돌과 수석을 기증해 만든 박물관인데, 수석과 같은 '돌을 모으는 취미'의 역사와 기원 등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심수관도예전시관은 일본 가고시마의 도자기인 '사쓰마 도자기'의 기원을 찾는 전시관이다. 정유재란 때 왜에 의해 끌려간 청송 심씨의 도공 심당길부터, '사쓰마 도자기'를 세계에 알렸던 12대 도공 '심수관', 그리고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비극 속에서 예술혼을 꽃피웠던 조선인 도공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청송 읍내에도 좋은 볼거리가 있다. 세종대왕이 이 곳에 본적을 두고 있었던 소헌왕후의 위신을 높이기 위해 청송을 도호부로 만들고, 관아를 크게 지은 모습이 현재까지 남아있다. 읍내의 소헌공원에는 세종 10년(1428년)에 건설한 관아인 운봉관과, 같은 해 지었다가 정조 때인 1792년 중건된 청송 찬경루가 있다.

보물 제2049호로 지정된 찬경루는 소헌왕후 심씨의 시조묘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지었다고 한다. 큼지막한 누각이 보는 이들을 웅장하게 만드는 멋이 있다. 역시 도호부에 걸맞게 지어진 관아 건물인 운봉관 역시 동익사만 남아있던 것을 현대에 전체 복원해 웅장한 관아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문학을 좋아한다면 진보면으로 가보자. 청송에서 진보 쪽으로 나가면 진보읍내로 들어가기 직전 객주문학관이 보인다. 보부상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바탕으로 소설가 김주영의 작품세계, 그리고 작중 배경인 조선시대의 생활상 등을 담아낸 전시관이다. 가족들과 함께 한 번 둘러봄직하다.

약수탕에 끓인 백숙, 한 입에 여독 저 멀리로[편집]

청송 달기약수탕을 넣고 끓인 백숙

청송읍내에서 차로 5분이면 유명한 약수터가 보인다. 조선 철종 때 발견되었다는 달기약수터다. 사계절 내내 솟아나는 탄산수인 달기약수는 미네랄이 많아 설탕을 타면 맛이 사이다와 비슷하고, 그 물로 밥을 지으면 파란색 밥이 나온다고 할 정도이다. 한 시간에 60톤 정도의 물이 솟아올라 관광객에게도, 주민에게도 소중한 약수가 되고 있다.

실제로 가장 인기가 좋은 원탕의 물을 마시면 약수 특유의 진한 미네랄 맛과 찌릿한 탄산이 훅 들어온다. 연한 물병에 약수를 담으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를 정도인데,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위장병이 있던 사람들이 찾아서 마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약수, 단순히 물통에 퍼서 가져갈 수만 있는걸까.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약숫물로 고아낸 맛을 느껴보자. 약수터 주변에는 이 물로 닭백숙을 끓여 내놓는 집이 적지 않다. 약숫물에 갖은 한약재를 넣고 끓인 백숙과 함께 그 육수에 녹두와 쌀을 넣고 끓인 죽이 나온다. 산책을 하고, 곳곳을 둘러보느라 주렸던 배를 한 데 꽉 채우기에는 이만한 만찬도 없다.

청송을 찾을 때에는 대중교통보다는 자차가 좋다. 교통이 불편해 일정 시각이 지나면 버스가 오가지 않는 등 불편한 점도 많고, 코로나19의 예방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부득이 농어촌버스로 곳곳을 갈 때는 시간표를 미리 숙지하여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교통카드 단말기 역시 마련되어있지 않아, 현금 역시 지참해야 한다.

청송에서 나설 때에는 질 좋은 저장사과를 사서 나올 만 하다. 주왕산관광지나 읍내 곳곳에 사과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단단하고 아삭한 맛이 좋은데다가, 대도시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사과를 구매할 수 있다. 산채 역시 때묻지 않은 자연 아래에서 자라났다. 청송중앙시장, 진보시장 등에서 산채를 구매해, 집으로 돌아간 뒤에 조리해 청송의 향을 다시 느껴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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