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의 '성적지향'을 둘러싼 오해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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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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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등 저명인사를 비롯한 여러 기독교 단체에서 "차별금지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법안 내 명시된 '성적지향' 조항에 근거해 수간과 소아성애가 합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성적지향은 ‘수간’을 포함할까?[편집]

지난 8월 대전에서 개최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실체 바로 알기’ 세미나에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차별금지법 조항 속 ‘성적지향’에 수간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7월에는 50여 개 반동성애 단체가 연합한 나쁜차별금지법반대전북추진위원회(이하 나차반위) 대표회장 박재신 목사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수간의 합법화를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취재에 의하면 이들 주장의 공통적인 근거는 차별금지법안 내 성적지향의 정의에서 기인했다. 법안의 제2조 4항에서 ‘성적지향’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호의적·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통화에서 나차반위의 박 목사는 이 법안의 내용을 기반으로 성적지향에 수간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에 의하면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는 개인의 기호는 다 성적지향으로 인정된다”면서 “자신의 애완견에게 성적 호기심과 이끌림을 느낀다면 그것도 성적지향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사람’을 대상으로만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법안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은 국민의 인권을 다루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법”이라면서 “이에 따라 명시된 성적지향에 수간은 포함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법 전문가의 의견 역시 이와 일치했다. 법률사무소 로베리 김동훈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취지에 주목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의 취지는 성별, 장애 등의 이유로 고용, 교육 등에서 부당한 일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고려했을 때 그 적용 대상은 고용, 교육 등이 가능한 '사람'으로 제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성적지향에 사람 간의 성행위가 아닌 수간을 포함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성적지향을 차별 금지 사유로 포함한 영국에서도 수간은 불법이다. 한국의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영국의 평등법은 1장 ‘보호되는 속성’에서 성적지향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에서 개인의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은 금지된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성적지향에는 수간은 포함되지 않으며 처벌 대상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기르던 강아지에게 수간을 시도한 영국 남성은 3개월 징역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10년간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 당했다.

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성적지향은 ‘소아성애’를 포함할까?[편집]

지난 8월 광주대교구의 김연준 신부는 CPBC(가톨릭평화방송)와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 내 차별 금지 사유인 성적지향이 ‘소아성애’를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에서 그는 주장의 근거로 역시 법안의 제2조 4항을 제시했다. 법안의 제2조 4항에서 ‘성적지향’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호의적·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김 신부는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4항의 ‘성적지향’을 언급하며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개인의 다양한 성적지향이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소아성애라는 성 취향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을 위해 소아성애자에 대한 정의부터 확인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소아성애자의 정의는 “아이에게 어떤 성적 관심을 가지거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통칭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검증은 1) 사춘기 이전 아동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단순 성향자와 2) 실제로 아동을 상대로 성행위를 한 사람 두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서 진행했다.

먼저 단순 성향자의 경우 차별금지법 내 ‘성적지향’이 이성애, 양성애, 동성애 등 성별을 기준으로 국한되어 있어 포함될 수 없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내 성적지향은 이성, 동성, 양성 등 특정 ‘성별’에 감정적으로 이끌려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아성애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성적 욕구를 느끼는 대상이 ‘아동’인 것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표방하는 성적지향의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특별추진위원인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의 조혜인 변호사도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은 국제(인권)법상 오래전부터 이미 확립되어 있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성적지향은 어떤 성별에 끌리는지와 관련된 개개인의 지향성을 의미하는 개념”이라면서 “쉽게 말해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외 법률들은 모두 성적지향을 이러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엔 인권이사회는 성적지향에 대해 ‘이성, 동성 또는 양성 모두에게 정서적, 성적 매력을 느끼며 친밀한 성적 관계를 맺는 개인의 성향’이라고 정의했다. 즉, 이에 의하면 성소수자는 이성에 대해 성적 매력을 느끼는 다수와 다른 동성애, 양성애의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 2006년 국제법률가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와 국제인권서비스(International Service for Human Rights)를 중심으로 국제 인권법 전문가들이 만든 성소수자 관련 국제인권기준 원칙에도 이같은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국제인권 기준을 명시한 최초의 문서인 ‘요그야카르타 원칙’에는 “성적지향은 이성, 동성에게 혹은 하나의 성에 구애받지 않고 감정적, 호의적, 성적으로 깊이 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개개인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원칙에 따르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섹슈얼, 인터섹스가 예시로 제시되어있다.

이렇듯 성적지향은 ‘성별’을 기준으로만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아성애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F65.4에 의해 소아성애증이라는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따라서 앞선 정의처럼 성별을 기준으로 한 이성, 동성, 양성애에 해당하지 않는 질병에 그치므로 성적지향으로 인정될 수 없다. 게다가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동의와 관계없이 ‘의제 강간’이라는 명칭의 범죄에 해당한다. 현행 형법 제305조 미성년자의제강간죄 규정은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한 사람은 미성년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죄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따라서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욕구에 따라 16세 미만의 사람과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성 취향이 아닌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도 “성적지향으로 차별하지 말자는 법안의 취지는 동의 없는 폭력 등 범죄를 허용하는 법과는 다르다”며 “성적지향에 소아성애가 포함될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자문도 이를 뒷받침했다. 한 교수는 “성인의 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므로 성적지향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인 사회의 책임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아동ㆍ청소년이 이 법에서 정한 범죄의 상대방이나 피해자가 되거나 이 법에서 정한 범죄를 저지르지 아니하도록 사회 환경을 정비하고 아동ㆍ청소년을 보호ㆍ선도ㆍ교육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한 교수는 “소아성애가 성적지향에 절대 포함될 수 없고 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법적 다툼을 할 여지조차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을 포함한 국가들 중에서도 소아성애를 합법화한 국가는 없다. 네덜란드,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국가들에서도 성적지향에 소아성애가 포함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1994년에 평등대우기본법이 제정된 네덜란드는 차별 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을 명시해 이로 인한 차별이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소아성애는 중대한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성적지향에 소아성애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 2019년 네덜란드 정부는 인터넷에 올라온 아동 포르노를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는 업체에 막대한 벌금을 매기겠다며 처벌을 강화하기도 했다.

발언 검증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성적지향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국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그 취지에 따라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며, 성적지향은 특정 성별에 성적 욕구를 느끼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인간이 아닌 동물과의 성행위인 ‘수간’이나 특정 성별에 따른 기호가 아닌 ‘소아성애’는 성적지향에 포함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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