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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김용운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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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4일】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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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가 수학으로 바뀌었죠? 산수 교육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문제를 단순히 공식만으로 풀게 하고, 지루하게 계산만을 반복시키는 그런 수학, 이거 안 통합니다. 이제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수학자이자 문명비평가로도 알려진 김용운 한양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5월 30일 새벽 5시에 별세했다.

1927년 9월에 태어난 고인은 와세다대를 거쳐 조선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오번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에서 객원교수로 있던 고인은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1969년에 한양대학교 수학과에 교수로 부임했다.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고인은 한국의 수학사를 정립할 필요성을 느꼈고, 먼저 작고한 동생 김용국 교수와 함께 1977년에 《한국수학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의 수학사를 정립한 ‘현대 고전’으로 평가된다. 1983년에는 한국수학사학회를 세우고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수학사에 대한 관심은 한국과 일본의 수학을 비교하고, 양국의 ‘수학하는 사고’가 다르다는 데에 발상을 얻어 양국의 문명을 비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고인은 1980년대에 ‘원형사관’이라는 독자적인 이론을 주창했다. 원형사관은 각 민족의 차이를 집단 무의식을 뜻하는 ‘원형’에서 찾고자 하는 관점으로, 고인은 동일한 기마민족에서 나와 수천 년 동안 벼농사를 짓고 살았던 한일이 663년의 백강전투 이후 완전히 다른 원형을 갖게 되었다고 보았다. 수학을 넘어선 고인의 통찰은 동북아 갈등이 서로 다른 원형을 이해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한다. 일본의 버블경제 몰락을 1988년에 이미 예언한 것 역시 이러한 통찰력에 기인한다.

나아가, 고인의 관심은 인문학의 여러 분야에 뻗었다. 지질학과 맑시즘, 정신분석학과 인류학이 같다고 한 레비스트로스처럼, 고인은 수학과 구조주의, 언어학과 사회학, 인류학이 모두 통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지론에서 고인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융합을 예측했고, 연구자들의 통섭적 사고를 가로막는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대한민국의 교육 체제를 비판했다.

한편, 고인은 수학을 대중화한 공로로도 유명하다. 고인은 석사 유학을 떠나기 전 중고등학교에서 수학과 교사로 교편을 잡으면서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기를 뿐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학생들이 수학을 즐길 수 있는 대중서를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영사의 《재미있는 수학여행》 시리즈, 《수학 클리닉》, 살림사의 《청소년을 위한 한국 수학사》 등이 그 결과물이다. 1994년에는 김용국 교수와 함께 웅진출판의 수학 학습지 웅진용운수학을 개발했으며, 이는 후일 웅진 씽크빅 수학으로 개편되어 현재까지 발간되고 있다.

이처럼 학문의 지평에서 평생 150여 권의 책을 저술하며 다양한 발자취를 남긴 김용운 교수. 그의 유작은 세상을 떠나기 불과 5일 전에 출간된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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