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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의 연결고리를 찾다

위키뉴스

【2020년 4월 12일】

Carl Woese가 제안한 RNA 유전자 기반의 생물 분류. 현재 진정세균역, 고세균역, 진핵생물역으로 총 3개의 역(Domain)으로 나누고 있다.
새로 제안된 2역 체계

진핵생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는 원핵생물인 고세균(Archaea)이 진정세균(Bacteria)을 잡아 먹었고, 산소 호흡을 하는 박테리아미토콘드리아가,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는 엽록체가 되고 고세균이 진핵세포로 진화했다는 세포내 공생설이 유명하다. 이 설에 따르면, 고세균의 게놈이 진핵생물의 게놈과 가까워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놈의 차이가 크며, 원핵세포는 세포벽이 있는 경직된 구조이므로 현재의 진핵세포처럼 식세포작용을 할 수 없어 고세균이 어떻게 진정세균을 잡아 먹었는지 최근까지 알려진 고세균 종류로는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학술지 ‘네이처’의 2015년 5월 6일자 온라인판에 한 연구결과가 공개되면서, 진핵생물의 기원에 대한 끊어진 연결고리가 보이게 되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자들이 북극해의 해저 토양을 채취해 메타게놈(Metagenomes)을 분석한 결과, 기존의 알려진 고세균과는 다른 고세균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 고세균의 발견을 토대로 로키아케오타(Lokiarchaeota)라는 새로운 문을 제안했다. 메타게놈 데이터에서 로키아케오타에 속하는 세 종의 고세균을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는 로키아케움(Candidatus Lokiarchaeum)이라는 속명을 부여받았다.

로키아케움의 데이터를 조사해보았는데, 로키아케움 게놈에서 단백질 유전자는 5381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3%인 175개가 지금까지 진핵생물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을 통해, 이 유전자들이 진핵생물만의 고유 유전자가 아닌 로키아케오타와 진핵생물의 공통조상 때부터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이 유전자들의 대다수는 세포 내부 골격과 식세포 작용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밝혀졌다.

이어지는 메타게놈 연구에서는, 여러 종이 추가로 발견되어 로키아케오타 외 네 가지 문이 더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헤임달라케오타(Heimdallarchaeota)가 진핵생물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게놈 비교분석 결과 나타났다. 2017년 ‘네이처’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이들을 합쳐 아스가르드 상문(Asgard superphylum)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비록 이렇게 메타게놈 분석을 진행할 수는 있었으나, 이들은 극한의 환경에서 자라는 미생물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실험실에서 배양이 되지 않아 아스가르드 고세균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해양지구과학기술연구소를 비롯한 일본 공동연구자들은 아스가르드 고세균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연구자들은 2006년 5월 6일 일본 남쪽 바다 난카이 해구의 해저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를 배양기에 넣고 섭씨 10도에서 2013일을 배양했다. 이때 배양액에 있던 한 종에 프로메테오아케움 신트로피쿰(Prometheoarchaeum syntrophicum)이라는 학명을 붙인 뒤 균주 ‘MK-D1’라 불렀다. 게놈을 해독한 결과 ‘로키아케오타’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현미경으로 MK-D1의 모습을 들여다봤으나 예상과는 달리 크기가 1㎛도 되지 않았다. 고세균이 박테리아를 잡아먹을 만큼 큰 덩치였을 거라 생각했지만, 대장균보다도 작은 크기였다. MK-D1의 세포 외부 표면에 나뭇가지 형태의 돌기가 있었으며, 소포가 존재했다. 또한, MK-D1은 혼자서 증식하지 못하며 파트너 미생물이 존재해야 증식이 가능하다. 이런 관계를 영양공생(Syntrophism)이라 부르는데, 학명에 있는 'syntrophicum'이 이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러나 공생하는 미생물의 실체는 미토콘드리아가 된 것으로 추정하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움(Alphaproteobacterium)이 아닌, 황산염을 환원시키는 박테리아와 메탄을 생성하는 고세균이었다. 고세균 두 종(MK-D1과 메탄 생성 고세균)이 영양공생 관계이지만, 이 자체로는 진핵세포의 기원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배양과 게놈 데이터를 토대로 진핵세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인 ‘E3 모형’을 만들었다. E3은 Entangle(얽힘), Engulf(삼킴), Enslave(예속)를 뜻한다. 연구자들은 이로써 진핵생물로의 진화를 여섯 단계로 제시했다.

현재는 Carl Woese가 제안한 3역 체계를 따르고 있는데, 이 체계에서는 진정세균과 고세균이 공통 조상에서 분리되고, 그 다음 고세균과 진핵생물이 분리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는 어떤 고세균도 진핵생물보다 다른 고세균과 더 가까우며, 역으로 어떤 진핵생물도 고세균보다는 다른 진핵생물과 더 가깝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진핵생물과 더 가까운 고세균의 발견으로, 진핵생물이 고세균 전체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것이 아니라 고세균의 특정 그룹에서 갈라졌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고 곧 2역 체계로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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